양귀자의 '모순'
이 책을 읽은지도 꽤 된 것 같다.
주인공 안진진의 마음과 결정의 모순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우리는 결국 모순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1998년 출간된 작품으로, 삶의 복잡성과 인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20년대 들어 페미니즘과 젊은 독자층의 공감을 얻으며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재조명되었다. 이 소설은 25세 여성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가족, 사랑, 그리고 삶의 모순을 탐구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선택의 아이러니를 깊이 있게 다룬다. 아래는 모순의 주요 내용과 주제를 약 3000자 내외로 요약한 내용이다.


1. 작품 개요와 배경
모순은 양귀자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1995년 천년의 사랑 이후 3년 만에 출간되었다. 출간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양귀자 소설의 힘’을 입증했고, 2023년 기준 20·30대 여성 독자층의 지지를 받으며 다시 주목받았다. 소설은 1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안진진의 내면적 성찰과 주변 인물들의 삶이 얽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귀자의 속도감 있는 문체와 인생을 통찰하는 깊은 시선이 돋보이며, 일상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주제를 세련된 문장으로 풀어낸다.


주인공 안진진은 25세 미혼 여성으로, 자신의 삶을 “양감(量感)이 없는 얇은 부피”로 느끼며 무기력과 회의 속에서 살아간다. 그녀는 시장에서 생계를 꾸리는 억척스러운 어머니, 행방불명 상태인 알코올중독 아버지, 조폭을 꿈꾸다 감옥에 간 남동생 진모와 함께 복잡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여기에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의 대조적인 삶이 더해지며, 안진진은 삶의 모순과 선택의 의미를 고민한다. 소설은 안진진이 두 남자—김장우와 나영규—사이에서 사랑과 결혼을 놓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2. 주요 줄거리
(1) 안진진의 가족과 배경
안진진은 가난과 불행으로 점철된 가정에서 자랐다. 그녀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속옷과 김치를 팔며 가족을 부양하지만,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폭력과 무책임으로 고통받는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돈을 빼앗아 집을 떠나곤 하며, 진진이 20세 되던 해 완전히 가출한다. 작중 시점에서 그는 중풍과 치매로 폐인이 되어 돌아온다. 남동생 진모는 조폭 흉내를 내다 살인미수로 감옥에 갇히며 가족의 짐이 된다.

반면,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인 이모는 성공한 건축가와 결혼해 부유하지만 단조로운 삶을 산다. 이모는 외형적으로는 행복해 보이지만, 내면의 공허와 무료함에 시달리며 진진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존재다. 진진은 어머니의 치열한 삶과 이모의 안정적이지만 공허한 삶을 비교하며, 행복과 불행의 모순을 고민한다. 이 쌍둥이 자매의 대조적인 인생은 소설의 핵심 축으로, 선택과 운명이 어떻게 삶을 갈라놓는지 보여준다.

(2) 사랑과 선택
안진진은 두 남자, 김장우와 나영규 사이에서 사랑과 결혼을 두고 갈등한다. 김장우는 순박하지만 가난한 삶을 사는 남자로, 진진에게 낭만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진진의 아버지를 연상시키며, 그녀에게 자유와 열정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미래를 암시한다. 반면, 나영규(소설에서는 주로 ‘영석’으로 등장)는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대표하는 인물로, 이모의 남편과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 그는 진진에게 경제적 안정과 평온을 약속하지만, 낭만과 열정은 부족하다.

진진은 장우와의 사랑에 끌리면서도, 그의 가난과 불확실한 미래가 자신을 어머니와 같은 삶으로 이끌까 두려워한다. 동시에 영석과의 안정적인 삶은 그녀가 경멸하던 이모의 공허한 삶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갈등은 진진의 내면에서 이상과 현실, 낭만과 안정 사이의 모순을 드러낸다. 그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 존재의 모순을 체감한다.

(3) 이모의 자살과 진진의 선택
이모는 부유한 삶에도 불구하고 외로움과 무료함에 지쳐 자살한다. 이 사건은 진진에게 큰 충격을 주며, 그녀가 삶과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모의 죽음은 안정된 삶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며, 진진은 낭만을 택할지 안정을 택할지 고민한다. 결국 진진은 예상과 달리 영석과의 결혼을 선택한다. 이는 그녀가 사랑했던 장우와의 관계를 포기하고, 자신이 비판했던 안정적이고 단조로운 삶을 받아들이는 모순적인 결정이다.

진진은 이 선택이 불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알면서도, 자신의 삶이 이미 불행으로 채워졌기에 더 큰 불행을 피하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다. 그녀는 “결혼은 사업”이라며 냉소적으로 결혼을 정의하지만, 이는 그녀가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는 방식이기도 하다. 소설은 진진이 이 선택을 통해 모순투성이인 삶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3. 주제와 상징: 삶의 모순
모순은 삶의 본질이 모순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강조한다. 양귀자는 작가 노트에서 “세상의 일들은 모순으로 짜여져 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삶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밝혔다. 소설은 여러 층위에서 모순을 탐구한다.

- 가족과 운명의 모순: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로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결혼이라는 선택으로 정반대의 삶을 산다. 어머니는 불행 속에서도 활력을 재생산하며 삶을 버텨내고, 이모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공허함에 무너진다. 이는 행복과 불행이 단순히 외적 조건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 사랑과 현실의 모순: 진진은 장우를 사랑하지만, 그의 삶이 자신을 불행으로 이끌 가능성을 두려워한다. 영석과의 결혼은 낭만을 포기한 현실적 선택이지만, 그녀는 이 선택이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안다.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삶의 복잡성을 드러낸다.
- 내면의 모순: 진진은 어머니를 부끄러워하면서도 존중하고,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이해하려 한다. 그녀는 이상을 동경하지만 현실에 타협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모순적인 태도를 자각한다. 이는 인간이 이성적이지 않은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간다는 점을 부각한다.
소설은 모순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모순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삶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길임을 시사한다. 진진은 “모순을 받아들이는 순간,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며, 모순을 삶의 본질로 인정한다.
4. 문체와 문학적 특징
양귀자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감정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그녀는 일상적인 대화와 정제된 문장을 오가며 독자로 하여금 진진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같은 문장은 진진의 허무와 갈망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소설은 17개 장으로 나뉘어 각 장마다 주요 구절을 왼쪽에 배치해 독자의 기대감을 높인다. 이는 양귀자의 치밀한 구성 능력을 보여주며, 독자가 이야기를 따라가며 주제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또한, 쌍둥이 자매, 삼각관계, 가난과 부의 대비 등 친숙한 소재를 사용해 신규 독자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 점이 2020년대 젊은 여성 독자층의 공감을 얻은 이유로 분석된다.


5. 사회적 반향과 현대적 의미
모순은 출간 15년 만에 20·30대 여성 독자층의 지지로 재조명되었다. 2023년 알라딘 집계에 따르면 구매자의 67%가 20·30대 여성으로, 이는 페미니즘 열풍과 유튜브, 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로 분석된다. 소설은 결혼, 가족, 사랑 등 여성의 삶을 20대 여성의 눈높이에서 다루며, 현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특히 진진의 냉소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시선은 젊은 세대의 고민—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대변한다.


그러나 일부 비판도 존재한다. 진진의 선택(영석과의 결혼)이 수동적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나, 남성 캐릭터의 묘사가 전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소설이 통속적 요소를 포함해 문학적 깊이가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양귀자의 세련된 문체와 보편적 주제는 이러한 비판을 상쇄하며 독자층을 확장했다.

6. 결론
모순은 안진진이라는 25세 여성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모순과 삶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가족, 사랑, 선택의 갈림길에서 진진은 모순을 마주하고, 이를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양귀자는 치밀한 구성과 감정을 자극하는 문체로 독자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든다. “인생은 모순투성이다. 하지만 그 모순 속에서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해 공감을 얻으며, 모순을 한국 문학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게 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삶의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간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2025년 현재, 모순은 여전히 독자들에게 삶의 아이러니와 그 속에서의 성장을 이야기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